Monday, August 9, 2010

세기의 커플 '윈텔' 파경? (전자신문, 2010.08.09.)

세기의 커플 `윈텔(윈도+인텔)`의 결혼 생활이 파경으로 치닫고 있다. IT업계의 축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로 옮겨가자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휘청대던 두 기업이 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경쟁사와 합종연횡하는 등 서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8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인텔의 결합인 `윈텔`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IT업계 세기의 커플은 별거와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혼 생활에 비유해 MS와 인텔의 관계 및 기업 수난사를 분석한 이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MS와 인텔은 IT의 맥베스 같다”며 독점적으로 힘을 남용하다 결국 시대를 읽지 못하고 뒤처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윈텔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컴퓨팅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윈도와 인텔 아키텍처가 맞물려야 PC가 돌아가도록 규칙을 설정해 뒀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많지만 결국 PC를 PC답게 하는 것은 윈텔 커플의 남다른 `금실`이 있어야 가능했다. 여전히 전 세계 PC의 80% 이상이 `윈텔` 스탠더드에서 돌아갈 정도다. 하지만 이처럼 공고했던 규칙은 `모바일 시대`가 되자 흔들렸다.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과거에는 `라이벌` 축에도 들지 못했던 기업들이 윈텔의 발목을 잡았다. 42년 동안 인텔의 경쟁자로 인식되지 않던 ARM은 스마트폰의 기본이 되는 대부분의 프로세서를 디자인하며 최고 라이벌로 떠올랐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모바일 패러다임을 장악했다. 일개 컴퓨터 회사에 불과했던 애플은 이제 MS보다 가치가 큰 모바일 강자로 떠올랐다. 구글은 검색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데이터 센터의 거인으로 등장해 MS를 위협했다.

그동안 수직 계열화됐던 IT산업 층위가 화학적으로 수직 결합되는 환경도 윈텔 커플에게 큰 위협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IT산업은 그동안 팬케이크를 쌓아 놓은 것처럼 각각의 층위가 단독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흐름을 이뤘다.

하지만 모바일 컴퓨팅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이동은 이를 화학적으로 결합시켰다. 칩, 하드웨어, 운용체계(OS), 애플리케이션 등 층층이 쌓여 있던 것이 애플과 구글 같은 회사에 의해 한데 모였다. 애플과 구글은 독자 모바일 OS 개발 등을 통해 IT의 거대한 영역을 깨고 있다.

이 같은 시대 흐름 탓에 윈텔의 20년 해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MS는 최근 윈도 버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위한 프로세서를 ARM과 함께 만들고 있으며, 인텔은 노키아와 함께 팀을 이뤄 스마트폰 OS인 `미고(Meego)`를 개발했다.

IT 애널리스트들은 “독점에 가려 눈이 어두워진 커플이 큰 기술 패러다임의 충격에 휩싸였다”며 “윈텔 조합은 무너졌고 2개 독점기업 지배 대신에 8~9개 기술 융합 거인들이 경쟁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