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3, 2010

호킹, 과학은 신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2010/9/8, 한겨레]

"물리학 법칙이 인간 존재이유 설명할 것"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순 없다. 하지만 과학은 신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최근 신간 출간을 앞두고 전세계에 '신의 존재'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사진) 박사가 7일 미국 < 에이비시 > (ABC) 방송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번주 나올 미국의 물리학자 겸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어나드 믈로디노프와의 공저 < 위대한 설계 > 에서 호킹이 "뭔가 흥분될 만한 일을 하기 위해 그리고 우주가 지속되기 위해 신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다"고 쓴 것으로 전해진 뒤, 전세계에선 새삼 '무신론 논쟁'이 불붙었다.

호킹 박사는 신의 손이 아니라 물리학의 법칙이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설명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물리학자들은 왜 빅뱅이 일어났는지 설명하게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완전한 무'에서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신을 필요로 할까? 호킹 박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외되지 않고 더욱 큰 전체의 일부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어떤 것을 생각하려고 한다"며 "열망하지만 반드시 성취하지는 않는 윤리질서나 생활방식의 권위로서 신을 찾는다"고 답했다.

그는 1988년의 저서 < 시간의 역사 > 에선 "우리가 하나의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신의 마음을 알게 됨을 뜻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호킹이 그 '완전한 이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1992년 태양계와 흡사한 행성시스템 발견 등을 포함한 그 뒤의 연구와 관찰을 통해 우주의 창조에 신은 필요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옮겨간 셈이라고 < 에이비시 > 방송은 지적했다.

하지만 호킹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만물의 법칙과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낸다면 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많은 사람들의 협력에 따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이 주장한 바가 입증되려면 길고긴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M 이론과 같은 이론이 점차 모든 것을 묶어 결국 우주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일어나게 하는 데 신이 필요하진 않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