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23, 2010

[정연주칼럼] ‘빵꾸똥꾸’ 2년, 역사의 축복


[정연주칼럼] ‘빵꾸똥꾸’ 2년, 역사의 축복
한겨레
» 정연주 언론인




역사란 무엇인가. 젊은 시절, 군부독재와 영남 패권주의가 참으로 견고했던 유신 때, 그 짙은 암흑의 역사 앞에서 자주 물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을 요즘 새삼스럽게 다시 하게 된다.
에드워드 핼릿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답했다. 그 관점에서 보면 ‘과거 사건들’은 현재의 눈을 통해 조명되면서 교훈과 지혜의 근원이 되고, 미래를 위한 등불이 된다. 그렇기에 실패와 패배, 불의와 참혹한 사건조차도 역사 진보의 씨앗, 낙관의 근거가 될 수 있을 터다.
지난 2년의 세월 속에 담긴 우리 역사는 어떠한가. 그 숱한 고난과 희생을 통해 이룩한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뒤집히고, 민주적 절차가 조롱을 받고, 다시 중세 야만의 시대가 된 듯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려왔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점으로 하여 법원의 무죄판결과 관련하여 빚어진 최근의 매카시즘적 광기까지 보면 검·언 복합체의 해체, 정치검찰과 조폭언론의 극복 없이 과연 사람답게 살아가는 기본 조건이 가능한가 하는 절박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경제와 교육 영역에서는 공동체 가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효율’ ‘성장’의 이름으로 가진 자의 탐욕을 거침없이 풀어놓으면서 약육강식이 당연시되는 정글이 되어버렸다. 생명, 환경, 복지 그런 것은 뒷전으로 밀리고, 그 자리에 막가파 토목공사와 천박한 70년대식 개발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천박함, 경박함의 독 바이러스는 결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문화예술계까지 번졌다. 문화예술위원장이 두 명이 되어버린 이 기막힌 현실을 놓고, 사태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 유인촌 장관이라는 사람이 “재미있겠는데…”라는 천박함을 드러냈다. 위아래 없이 경박, 천박하다.
지난 2년 동안 누적된 이러한 불의와 모순, 권력의 오만과 천박함은 앞으로 역사를 위해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대상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참 ‘의미있는’ 세월이었다.
특히 세상에 눈을 뜬 시기 이후 줄곧 민주적 분위기와 가치의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에게 지난 2년의 세월은 블랙코미디였지만, 아울러 정치적 깨우침을 가져다준 ‘생체험 학습현장’이었다. 김제동, 윤도현, 미네르바, 피디수첩 등의 사건들을 통해서 본 ‘이명박 2년’은 유연, 생기발랄, 신명, 단순함이 특징인 젊은 세대에게 너무나 어이없는 ‘빵꾸똥꾸’의 세월이었다.